심리치료사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주제 중 하나는 바로 ‘자기 인식(self-awareness)’이다. 도통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이부터 “나는 이런 사람이야!”가 확고하여 요지부동인 이, 그리고 이 둘의 중간 어딘가에서 “이런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는 사람까지 아주 다양하다. 이를 위해 별자리이나 혈액형에 입각한 성격 설부터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 MBTI)와 같은 성격유형론까지 동원되고 있지만, 고대 아테네를 무대로 “네 자신을
부친은 경기도 가평군 화악리에 위치한 미군부대에서 일했다. 1970년대 초반 미군 철수의 바람이 불자 아버지는 직장을 잃었다. 우리 가족은 서울로 무작정 상경하여 동대문 근처인 청계천 판자촌에 자리를 잡았다. 아침이면 재래식 공중화장실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이 시간을 재촉했고, 한 밤중엔 “순두부 사세요, 순두부. 땡그랑. 순두부~” 하는 순두부를 파는 장사꾼의 소리가 어둠을 채웠다. 적막한 밤중에 들려오는 이 소리가 나에게는 추억으로 남아 있지만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 내는 소리였다. 고요하고 적막했던 한밤중을 깨우는 순두부 장
잡초 뿌리를 본 적 있는가. 풀(草)이라고 하기에는 웬만한 나무뿌리처럼 잡초의 뿌리는 놀라울 정도로 굵고 강력하다. 특히 잡초는 기생충처럼 나무에 들러붙어 같은 식물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킬 만큼 밀접하게 붙어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는다.햇볕이 잘 드는 베란다 썬룸(sun room)에서 크고 작은 화분을 키우고 있다. 할머니가 수십 년간 키우신 나무 같이 자란 선인장, 홍콩야자, 소철부터 필자가 몇 해 전 반려식물로 들인 5년생 꼬마 식물들이다.화분을 가꾸다보면 밖에서 퍼온 흙 때문인지 잡초가 많이 올라온다. 바쁜 일상에 물만
부활의 절기를 지내며 어떤 분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목회자 가정의 자녀로 태어나 한평생 신앙의 울타리를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이분의 말씀인즉슨,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며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까?” 내지는 주변의 어려운 형편에 있는 이웃들을 보며 안타까워한 적은 있지만 주님의 죽음과 부활이 자신의 이야기로 깊이 와닿은 적은 없다는 것이었다.이런저런 나눔 끝에 가정과 직장생활은 물론 주말에는 교회 봉사도 하며 열심히 살고 있지만 그래도 뭔가 부족한 듯한 자기 자신에게 늘 화가 나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사역자의 자녀로 항상 누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