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뿌리를 본 적 있는가. 풀(草)이라고 하기에는 웬만한 나무뿌리처럼 잡초의 뿌리는 놀라울 정도로 굵고 강력하다. 특히 잡초는 기생충처럼 나무에 들러붙어 같은 식물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킬 만큼 밀접하게 붙어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는다.햇볕이 잘 드는 베란다 썬룸(sun room)에서 크고 작은 화분을 키우고 있다. 할머니가 수십 년간 키우신 나무 같이 자란 선인장, 홍콩야자, 소철부터 필자가 몇 해 전 반려식물로 들인 5년생 꼬마 식물들이다.화분을 가꾸다보면 밖에서 퍼온 흙 때문인지 잡초가 많이 올라온다. 바쁜 일상에 물만
불편함 없이 축복된 삶을 살고 있다. 우리집에는 언제든 구워 먹을 수 있는 갈치와 굴비가 있다. 육사시미가 먹고 싶으면 집 앞 정육점에서 바로 떠 먹는다. 커다란 최신 김치냉장고에도 1년 내내 먹을 여러 김치가 가득 있다. 파스타도 링귀니부터 푸실리, 제일 좋아하는 카펠리니도 넉넉히 있다. 맛난 케이크는 생일이 아니어도 먹고 싶으면 먹고, 도넛, 젤라또, 갓 볶은 원두커피는 물론 손쉽게 내려 마실 수 있는 캡슐커피까지 무엇이든지 언제든지 모든 게 가능하다.코로나19 이후 휴가로 해외여행을 못 갈 뿐이지 비행기를 타고 제주, 부산에
추수감사절을 맞아 결핵 환우들이 모여 사는 경기도 벽제에 위치한 자활원을 찾았다. 결핵 환자였던 故 이석두 장로(오금리교회)는 1968년 9월 경기도 고양시 변방에 자활원을 열고 갈 곳 없는 결핵 환우들을 돌보며 평생을 살았다. 지금은 그의 아내 홍영자 원장(80)이 환우들을 돌보고 있다. 무척이나 어려웠던 시절, 60~70년대만큼 결핵 환자가 많지는 않지만 아직까지도 자활원을 찾는 환우들이 있다. 아직까지 자활원이 존재하는 이유다.수많은 결핵 환우들은 가을, 겨울을 손꼽아 기다렸다. 추수감사절과 성탄절마다 많은 교회들이 오곡백과를
지난 2016년 감독회장 선거와 당선은 수차례의 ‘무효’ 판정을 받았다. 후보자 문제, 당선자 문제, 연회 문제, 선거권자 문제 등 법원은 세상적인 문제부터 지극히 상식적이지만 그렇지 못해 일어난 사소한 문제까지 다양한 문제점을 들어 무효라 했다.그런데 이 ‘무효’라는 치명적인 오답을 두고 깊이 반성하거나,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 누구에게도 오답노트는 없었다. 그 결과 또다시 선거 무효, 당선 무효될 일을 만들고야 말았다. 더불어 그 사유까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지난 5월 열린 전국 정기 연회가 그
“김 기자. 밤길 조심하세요. 그 사람은 진짜 그런 일을 벌이고도 남을 사람입니다.”최근 본지 기사를 본 독자들이 기자가 걱정된다며 염려가 담긴 경고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적 지도자’들이 대중에게 드러난 자신의 부정한 일 앞에 반성과 회개의 모습이 아닌 협박과 뒷골목을 배회한다는 말에 생각난 말씀은 시편 23편이었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시 23:3).최근 한국어로 완역 발간된 ‘존
가족들은 광화문사거리를 지날 때마다 늘 알 수 없는 자부심을 느끼곤 했다. ‘감리회 본부’ ‘감리회관’ 앞을 지날 때다. 요즘엔 신축 빌딩이 워낙 많아 이제는 오래된 빌딩에 속하고, 그만큼 잘 나가는 건물도 아니지만 10년 전만 해도 광화문에서 으뜸가는 빌딩 중 하나였다.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는 딸들을 차에 태우고 그 앞을 지나칠 때마다 ‘감리회 본부’라며 일러주셨고, 어린 날의 난 ‘감리교 본부’라고 쓰인 건물의 사인을 보며 알 수 없는 감상에 빠지기도 했다. 청계천 쪽으로 있던 사인이 없어졌을 땐 속상했다. 건물 4면에 왜 ‘감리
의료보험이 끊겼다. 그런 줄도 모르고 며칠 전 보았던 병원비와 약값에 그저 의료비가 많이 올랐나 보다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끊은 것이었다. 전명구 목사는 자신의 금권선거와 이단에 교회를 판 사실을 보도한 편집국 기자 전원을 해고했고, 3년간의 소송 끝에 단 두 명의 기자가 기독교타임즈에 복귀했다. 기자들은 부당해고 기간 동안 낮에는 복직을 위한 투쟁과 소송을 진행했고, 밤을 새워 일을 해야만 했다. 아프면 참았다. 그런데 기자들의 현실은 복귀 후에도 변함이 없다. 복직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할머니 어디 가요?예배당 간다.근데 왜 울면서 가요?울려고 간다.왜 예배당 가서 울어요?울 데가 없다.김환영 동시, ‘울 곳’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 교회 예배당 문이 닫히게 되고, 온라인 예배가 진행되는 가운데 울 곳을 잃은 성도들이 많다.특히 온라인 예배가 영 익숙지 않은 나이 지긋한 성도분들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던, 예배당에 함께 모여 예배드릴 수 없음에 그저 매 주일을 쓸쓸함으로 달래고 있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린다. 그중 가장 마음을 아프게 했던 원로의 한 마디가 있다.“목사하고 성도가 가끔 눈도 마주쳐야지, 그
코로나19로 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주된 이유는 입, 코, 각막으로 코로나19가 감염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호흡기로 감염되는 걸 막기 위해 마스크는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마스크만 써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하나님 앞에서 뜨겁게 예배하는 교회인만큼, 어쩌면 일반인들이 보기에 예배는 코로나19가 확산될 수밖에 없게 보일 수도 있다. ‘예배’를 떠올리기만 해도 그리스도인 머릿속에는 통성기도, 찬양, 율동 등 비말이 사방으로 튀는 장면이 펼쳐진다.하지만 교회 예배의 형식은 꼭 통성기도, 찬
코로나19로 개학이 늦춰진 학교와 어린이집에 가지 못한 지역교회 어린이들이 지난 3일 아침부터 골목에서 함께 공놀이하고, 킥보드를 타고 있다. 한참 친구들과 놀 때인 아이들은 골목에서 만난 기자(교회 선생님)를 반기며 “친구들이 보고 싶고, 교회와 학교에 안 가는 게 좋지 않다. 재미없다”고 말했다.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들은 미세먼지가 가득한 하늘 아래에서 마스크를 벗어 던진 채 놀고 있었다. 코로나19와 미세먼지 등 병든 환경 속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며 우리가 그동안 하나님께서 주신 아름다운 지구에 대해 얼마나 감사
‘관리자’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 접두사에 따라서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는데, 대개 최고 권한을 갖는다 뜻부터 운영이 잘 되도록 유지 보수할 책임과 평가 목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도 불려진다.감리회 안에도 많은 부류의 관리자가 존재한다. 그 중에서 선거관리위원회와 홈페이지 관리자가 있다.선거 총괄을 맡은 선거관리위원회의 경우 조금의 실수나 작은 규칙을 어기는 것도 용납될 수 없는 조직이다. 더 철저하지 못 한 탓에 잘못된 선거를 치르게 되면 그 피해는 선거 후보자가 아닌 선거와 관련된 모든 관계자에게 극심한 피해가 가
고작 은 30에 팔린 예수님은, 빌라도의 뜰에서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에게 당대 최악의 죄수 바라바 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셨다. 따귀와 채찍질을 당하시고 알몸으로 십자가에 달리셨고, 함께 십자가에 달린 강도들의 조롱 속에서 마지막 핏방울까지 다 쏟으신 뒤 숨이 끊어지기까지 홀로 사명을 완수하셨다. 자신을 때리고 조롱하고 죽인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한 이상의 모든 과정의 순종과 자기부인의 형틀, 십자가.예수님의 제자도(discipleship)를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십자가란 바로 그러한 의미다. 그래서 “누구든지 예수님을 따라가려거든 자
지난해 말 폐기된 미주자치연회의 현행 자치법과 지난해 연회 직후 마련된 미주자치연회 감신동문모임자리에서 은희곤 감독의 “차기 감독은 L 목사, 나머지 두 번은 감신에서 선출한다”는 발언이 보도된 후 적잖은 파장이 일었다. “내가 미주연회에 쓴 비용이 얼만데 왜 내 명예훼손을 시키느냐”는 당사자의 항변은 멀리 광화문 까지 울리고 있다.미주자치연회와 관련한 본지의 보도에는 당사자의 명예훼손 내용은 단 한 줄도 없다. 만약 반론이 있다면 공식적으로 제기하면 되는 일을 뒤에서는 익명성을 내세워 “편파보도” “쓰레기 같은 기사” “기레기”라
“우리 딸이 목화 씨가 롤모델이래요.”“선생님! 선생님이 제 롤모델이에요.”우리 교회의 성도들은 지난 2년간 내가 기독교타임즈에서 부당해고 두 번과 임금체불로 소송 중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아직 중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초등학생 아이들도 내가 기사를 쓰다가 해고를 당했고, 다시 회사에 갔지만 월급을 못 받고 있는 선생님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 주일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모인 여선교회 모임에서 한 집사님께서 나를 붙잡고 격려하듯 말했다. “우리 딸 꿈이 기자인데, 목화 집사님이 롤모델이래요.”내가
하루 또 하루, 한(恨) 섞인 제보와 민원이 쏟아진다. 하루는 어느 원로목사의 억울함과 외로움, 하루는 어느 사모의 속상함, 하루는 화가 난 어느 목사의 호소다.광화문 본사 편집국을 방문하는 이들은 전화 혹은 전자우편으로 연락을 해오는 이들과는 사정이 다르다. 선한 눈에는 부당한 교권의 몽둥이로 협박해오는 자들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의지가 촉촉함 뒤에 빛난다. 교권의 부당함에 맞서는 힘을 보태보고자 먼 곳에서 광화문까지 찾아온 이들도 있다.감리회 현장의 쌓인 한(恨)은 한국을 넘어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아픔을 기자에게 쏟는다. 수면
지난 24일 성탄절 이브, 감리회가 후원한 KBS1TV 성탄특집 다큐 ‘걸레 성자 손정도’를 보았다.시절이 암울했던 대한민국을 살았던 손정도 목사는 그 누구보다도 강했던 사람이었다. 모진 고문을 당하는 모습 속에서도 손정도 목사는 성령에 불타는 듯 빛나 보였다.부흥의 조건이 될 수 없었던 환경에서도 손정도 목사는 고문을 이겨내고, 유배 현장에서 전도의 꽃을 피워냈다. 유배지를 나온 후에도 동대문교회와 정동제일교회를 지나 고종의 밀령으로 교회 사임 후 상해에서 임시정부 수립에 이르기까지 손정도 목사를 비롯 감리교인이었던 그의 어머니,
국내 법인설립이 영업일 기준 최소 3일에서 5일가량 걸리는 반면 단 하루 만에 설립이 완료된 재단이 있다. MB정권 당시 네 건, 박근혜 정권 당시 두 건이다. 이 중 문제가 된 두 곳의 재단이 있는데, 비선실세 최순실이 사유화했던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다.K스포츠재단으로부터 독점적으로 자금 지원을 받은 개인 회사 더블루K 또한 실소유주가 최순실이었다. 더블루K는 최순실의 두 법인 설립 바로 하루 전 최순실 개인 명의로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아 만든 회사다. 바로 이 회사 사무실에서 박근혜 게이트의 본격 발화점이 된 ‘최순실
크리스천은 일반 사람들과 다른 소망을 갖고 산다. 천국 소망이다. 하나님, 예수님과 함께한다는 생각만 해도 행복해지는 천국을 바라며 사는 것이다.그런데 지난 2년간 내가 만난 상당수 크리스천은 천국을 잊고 살고 있었다. 소돔과 고모라 같은 세상에서 누가 누가 천국을 제일 잘 잊고 사는지 내기라도 한 듯 성경과 정 반대의 삶을 살고 있었다.2017년 9월 ‘100만전도운동본부 특별감사 받나?’ 보도에서 제32회 총회 감사위원회는 “100만 전도운동본부가 ‘교리와 장정’ 상 근거가 없음에도 현재 본부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특
▲ 정원희 기자 ‘해직기자’, TV와 신문에서만 보던 거창한(?) 직함이 올해 초 내 신분이 됐다. 교계기자로서 첫발을 뗀지 겨우 4년, 감리교단에 발을 들인지 갓 1년, 그리고 가장이 된지 불과 6개월만의 일이었다.지난해 기독교타임즈로의 이직을 준비하던 내게 주변에서 하나같이 했던 말이 있다. “교단은 정치적인 곳이라 기자생활하기가 만만찮을 거야. 그 중에서도 제일 심한 게 감리회인데 잘 감당할 수 있겠어?” 앞서 수년간 기독교타임즈를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가 끊이지 않았기에 평탄하지만은 않은, 다소 거칠 수도 있는 길을 가려는 나를 걱정하는 마음이 담긴 조언이었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평생 섬겨온 감리회에서 기자생활을 하고 싶다’고 상상해왔던 만큼 자주 오지 않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의 우려는 곧 현실이 됐고 처음에는 하나님을 향해 원망을 쏟아냈다. 내가 무얼 그렇게 잘못했기에 굳이 겪지 않아도 될 시련을 겪게 하시냐고.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에 따르고자 교계에 들어왔는데 힘들고 어려운 일만 계속되니 그 뜻마저 부정하고 싶었다. 한동안 교회라면 이유 없이 싫었고 속된 말로 감리회본부 쪽으로는 소변도 보기 싫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스스로가 정의감에 불타올라 앞서 투쟁하는 투사는 아니었기에 부당한 해고 처분을 두고 싸우고 싶은 마음도, 더 이상 잘잘못을 따지고 싶지도 않았다.그러나 날 향한 하나님의 계획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성경을 읽을 때나 설교를 통해, 나눔 중에도 끊임없이 원래 있던 그곳으로 돌아가기를 요청하고 계셨고, 결국 지난달 말 오랜 싸움 끝에 복직이 결정됐다.해직기자로 보낸 반년여의 시간은 개인적으로는 교계기자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기자이기에 앞서 신앙인으로서 믿음을 되돌아보고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의 잣대를 들이대기에 앞서 스스로가 그 앞에 바로 서있는 지를 점검할 수 있었다. 말씀을 뒤로한 채 교만을 향해 걷던 길을 멈추고 다시 말씀 앞에 겸손을 배웠다. 물론 그동안 바쁜 삶을 핑계로 내려놨던 책을 읽으며 기자의 감각을 유지하는 일도 함께였다.사실 복직 명령을 받았을 때도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무렇지 않게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는 자신 있게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당연히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나는 기자이기에 앞서 하나님의 자녀이기에 어떠한 길이라도 담대하게 나아가자고 다짐했다.그렇지만 복귀한 감리회의 현실은 이번에도 역시 녹록치 않다. 아니 오히려 격랑에 휩싸인 느낌이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우리도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기독교타임즈’의 제호로 두 곳에서 신문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두 개의 신문을 받고 황당해했을 독자들의 반응을 생각하면 기자로서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다. 언제쯤 이 파도가 잔잔해질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실망한 독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나부터 감리회 격랑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말씀으로 바로 서야한다는 것이다.한국교회는 지금 대형교회 세습 파동과 교권 다툼 등으로 마치 누가 더 못하는지를 대결하고 있는 듯하다. 일반 언론은 이때다 싶어 부정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고, 언론을 접한 비기독인들은 당연한 모습이라며 비아냥댄다. 교회 밖으로 나가 세상을 구원해야 할 사명을 가진 기독교는 안에서 다투느라 세상을 향해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오히려 같은 시기 조계종 총무원장의 퇴진 사건이 터지며 종교계 이슈가 불교 쪽에 쏠리고 있는 게 오히려 다행스럽게 여겨질 정도다. 그러나 우리는 불교와 경쟁의 관계가 아니다. 오직 예수만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는 복음을 전해야 할 의무만 있을 뿐이다.한때 개그프로그램에서 유행했던 ‘소는 누가 키우나’ 라는 말이 떠오른다. 전도는커녕 안에서 다투기만 하는 한국교회의 모습을 하나님께서 보신다면 아마도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을까.“교회끼리 맨날 싸우면, 소는 누가 키울 거니?”
박은정 기자 ‘미투 운동’이 불거지면서 매주 목회자 성범죄 사건 소식과 피해자들을 마주한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애써 외면하고 싶다가도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귀 기울이게 된다.때문에 주말 동안 알 수 없는 가슴 답답함을 느끼며 다윗의 삶을 묵상하게 됐다.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 다윗. 자신의 삶 모든 순간을 하나님께 아뢰며 한 발자국씩 나아갔던 다윗, 하지만 그에게도 결정적인 흠이 있었다.바로 간음이다. 다윗은 여러 처첩들을 두며 자녀들을 낳았다. 그리고 전쟁 중에 자신의 부하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가 목욕을 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정욕을 이기지 못해 간음을 저지르고 만다.(삼하 11:2~5)그날 밤 일은 조용히 덮어질 수 있었을까. 불행히도 밧세바는 다윗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 이후 다윗은 자신의 죄를 감추고자 전쟁에 나가있던 우리아를 불러 ‘집으로 내려가 발을 씻으라’고 말하며 밧세바와 동침할 것을 유도한다.(6~8절)그러나 다윗과 달리 우리아는 정욕이 아닌 하나님과 왕을 향한 충성심으로 전쟁 현장을 지킨다. 다윗은 자신의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자 우리아를 교묘히 죽이고 오히려 부하들에게 ‘이 일을 걱정하지 말라’며 자신의 살인을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인다.(25절)서론이 길었지만 다윗을 묵상하며 오늘날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모습이 투영되는 것은 왜일까. 하나님이 주신 권위를 이용해 죄를 저지르고,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기보다 죄를 덮고자 급급해 하는 모습은 마치 목회자 성범죄 사건을 취재할 때마다 마주하는 패턴과도 너무나 닮아있다.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다윗의 결말에 집중해야 한다. 열왕기상 15장 5절을 보면 하나님은 ‘다윗이 헷사람 우리아의 일 외에는 평생에 여호와 보시기에 정직하게 행하고 자기에 명령하신 모든 일을 어기지 아니하였음이라’라고 말하며 다윗을 칭찬한다.간음죄를 저지르고 자신의 백성까지 죽였던 다윗이 하나님께 칭찬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다윗이 진정으로 자신의 죄를 회개하며 또다시 같은 죄를 범하지 않기 위해 몸부림 쳤기 때문이다. 다윗은 하나님께 ‘내가 여호와께 죄를 범하였노라’(삼 12:13)라고 고백하며 자신의 죄를 인정한다. 그리고 금식하며 자신을 불쌍히 여겨달라고 부르짖는다.그러나 하나님은 다윗의 회개만 받아들일 뿐 밧세바가 낳은 아이의 생명은 거둬 가신다.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시는 하나님이다. 그럼에도 긍휼의 하나님은 후에 다윗과 밧세바에게 아들 ‘솔로몬’이라는 귀한 선물을 허락하신다.최근 한 여신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녀는 죽음을 앞두고 유서를 통해 자신이 미성년자일 때 목회자로부터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해 우울증 약을 먹어왔다고 밝혔다.여신학생의 아버지는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가해자 목사에게 이런 말을 했다.“증거가 없어 벌 받는 건 어려울지라도 진심으로 사죄라도 해 달라.”고인의 아버지뿐만이 아니다. 목회자 성범죄로 인한 피해자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들이 원하는 것은 딱 한 가지다. 바로 진심어린 사과와 책임감 있게 자신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다윗과 같이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하나님 앞에 엎드렸던 모습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원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 다윗의 회개가 일어나길 기도하는 건 욕심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