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목화 기자의 '반창꼬'

김목화 기자
김목화 기자

잡초 뿌리를 본 적 있는가. 풀(草)이라고 하기에는 웬만한 나무뿌리처럼 잡초의 뿌리는 놀라울 정도로 굵고 강력하다. 특히 잡초는 기생충처럼 나무에 들러붙어 같은 식물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킬 만큼 밀접하게 붙어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는다.

햇볕이 잘 드는 베란다 썬룸(sun room)에서 크고 작은 화분을 키우고 있다. 할머니가 수십 년간 키우신 나무 같이 자란 선인장, 홍콩야자, 소철부터 필자가 몇 해 전 반려식물로 들인 5년생 꼬마 식물들이다.

화분을 가꾸다보면 밖에서 퍼온 흙 때문인지 잡초가 많이 올라온다. 바쁜 일상에 물만 주고 돌보지 못하다보면 들판의 잡초처럼 화분 안도 잡초가 무성해진다.

주일예배를 드린 후 화분을 보니 잡초가 빽빽하게 나있었다. 다시는 잡초가 나지 않겠지 생각하며 한가득 잡초를 뽑았는데, 일주일 후 화분에 물을 주려고 보니 또다시 새로운 잡초가 솟아나고 있었다. 또 뽑았다. 최대한 뿌리째 뽑자고 생각하며 잡초를 뜯었다. 그리고 또 일주일 후, 잡초는 또 자라나 있었다.

잡초가 다시는 나지 않도록, 작정하고 잡초뽑기에 나섰다. 삽과 가위로 잡초줄기와 뿌리를 따라 흙을 팠다. 흙 밖으로 올라온 잡초만큼 뿌리도 작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잡초뿌리는 선인장과 홍콩야자와 소철에 들러붙어 밑동부터 시작해 뿌리를 타고 화분 속 안을 휘감으며 뻗어나가 있었다.

잡초뿌리의 화분 장악에 놀라며 화분을 헤집기 시작했다. 잡초의 뿌리를 끝까지 따라가서 뽑으니 ‘화분의 나무뿌리를 뽑은 게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로 큰 뿌리가 뽑혔다. 하지만 살피고 또다시 살펴봐도 잡초뿌리였다. 심지어 어떤 잡초는 알토란 같은 뿌리를 갖고 있었다.

뽑아놓은 잡초뿌리를 보니 작물이 차지할 땅과 공간을 점령하고 양분과 수분을 빼앗는 모습이 마치 감리회 본부 같았다. 잡초가 우거진 곳은 병균과 벌레의 서식처와 번식처가 되는데, 온갖 소송과 비상식적인 사건이 난무하는 감리회 본부가 꼭 잡초로 가득 찬 화분과 같아보였다.

잡초는 작물(作物)에 비해 생육이 빠르고 번식력이 강할 뿐 아니라 종자의 수명도 길다. 마치 이름 모를 잡초처럼 드러난 모습은 초라하나 혈연과 학연으로 세를 뻗쳐나가며 자리를 차지하며 오래오래 깊은 잡초뿌리가 내려진 책상이 떠올랐다.

어릴 적 토요일마다 초등학교에서는 운동장 나무 아래에서 잡초뽑기 시간을 가졌다. 선생님은 “잡초가 나무의 영양을 빼앗지 않게 뿌리째 뽑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어린 시절의 ‘잡초교훈’을 기억하며 화분의 잡초를 뽑기 시작했는데, 뱀 같은 잡초뿌리를 뽑다보니 감리회 본부의 잡초는 어떻게 뽑을 수 있을지 생각에 잠겼다.

열매를 맺어야 할 감리회 본부에 열매가 없는 이유다. 잡초가 너무 많다. 양분(부담금)이 잡초로만 가다보니 다음세대가 보이지 않는 이유다.

잡초를 뽑다보니 화분 속 흙이 솎아져서 딱딱하게 굳어가던 화분의 흙이 부드러워졌다. 하마터면 화분이 잡초본부가 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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