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진희 목사(새생명교회)

차진희 목사(새생명교회)
차진희 목사(새생명교회)

부친은 경기도 가평군 화악리에 위치한 미군부대에서 일했다. 1970년대 초반 미군 철수의 바람이 불자 아버지는 직장을 잃었다. 우리 가족은 서울로 무작정 상경하여 동대문 근처인 청계천 판자촌에 자리를 잡았다. 아침이면 재래식 공중화장실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이 시간을 재촉했고, 한 밤중엔 “순두부 사세요, 순두부. 땡그랑. 순두부~” 하는 순두부를 파는 장사꾼의 소리가 어둠을 채웠다. 적막한 밤중에 들려오는 이 소리가 나에게는 추억으로 남아 있지만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 내는 소리였다. 고요하고 적막했던 한밤중을 깨우는 순두부 장사꾼의 종소리에 대한 기억은 배고팠던 과거를 불러오는 추억이다. 도시에는 자동차 움직이는 소리와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 그리고 시장 바닥에서 떠드는 소리 등 분간할 수 없는 소음으로 가득 차 있다.

세상의 분주한 소리를 뒤로하고 평화로운 고요한 세상을 찾아서 미국 서부에 있는 Death valley National Park에 갔었다. 그곳에서, 가끔 딱따구리가 나무를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이 소리는 낮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요하고 적막한 이 국립공원에서 가장 시끄러운 소리였다. 밤에는 손전등 불빛이 없이는 다닐 수 없는 깜깜한 산속에서 하늘을 바라볼 때 손에 닿을 듯 가까이에 흐르는 은하수의 별들이 있었다. 조용하고 적막한 Death valley National Park에 가끔 날아다니는 아메리칸 이글의 소리를 들을 때, 나는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기계적이고 인공적인 소리에서 벗어나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이 주는 평안함을 느낀다. 나는 미국의 국립공원에서 낮과 밤에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과 평안함을 즐긴다. 너무 조용해서 고요하다 못해 겁이 나는 Death valley National Park 안에서 가끔 날아다니는 새들의 소리와 기계화된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인공적인 소리의 차이는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이 주는 평안함으로만 설명 가능하다.

국립공원을 연구하는 생태학자들은 국립공원의 모습은 수천만 년 동안 태곳적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들었을 때, 오늘날 세상이 ‘끊임없는 변화와 성장’을 통해서 행복한 삶을 이룰 수 있다고 사람들을 몰아세우는 모습이 이 모습과 대비되어 나에게 다가왔다. 고도로 발달한 문명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더 많이 만들고, 더 빨리 만들고, 더 많이 소비하여 더욱 많은 이익을 창출해야 행복하게 된다고 믿는 것 같아 보인다. 물질 만능 사회에서 맘몬 신을 숭배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Death valley에는 물도 없고 울창한 숲도 없고 편리함을 주는 잠자리와 초현대식의 호텔이 없는 사막이다. 이 공원 안에는 “Bad water”라는 볼거리가 있다. 이 지역은 해수면 아래에 있다. 이 지명은 오래전에 지도를 만들려고 다녔던 사람이 목말라 괴로워하는 노새에게 물을 먹여야만 하는 상황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하고 물을 먹이려고 했었고, 그 물엔 소금기가 너무 많아 노새가 그 물을 먹을 수 없게 되자 지도 위에 “Bad water”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데서 기인한다. 그런데 그 물에는 사막의 생물들, 즉 Pickleweed, Lavae, aquatic insects, and snails 등 여러 생물이 살고 있다. 따라서 이 Bad Water는 모든 생물에게 나쁜 물은 아니다.

오아시스가 Bad Water가 된 기원을 보면서 나는 절망하지 말아야 하는 선한 사람들은 절망하고 절망해야만 하는 악인들이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뒤바뀐 아이러니한 세상에서 절망하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았다. 이런 세상에서 만일 정의로운 하나님 나라가 없다면 불행하고 허무한 삶으로 끝나게 될 사람들이 너무 많이 있다.

기계화된 현대사회에서 지치고 절망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쁜 물이 모두에게 나쁜 물이 아니라는 사실은 절망하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열악한 상황과 환경으로 인하여 인간성을 상실하지 않고 약한 사람끼리 서로 보듬어 안고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밑바닥으로 내려가 보지 않고서는 맛보기 어려운 행복한 삶을 아래에서는 볼 수 있다. 변하지 않아도 되고 발전하지 않아도 되고 성장하지 않아도 괜찮은 세상인 Death Valley National Park이 주는 평안함은 죄 많고 욕심 많은 사람은 절대로 접근할 수 없는 평화이다. 부와 권력을 탐하는 자들이 벌이는 아귀다툼의 세상을 벗어난 태고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Death Valley National Park의 모습이 그래서 소중하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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