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철회 목사(뉴욕 청암교회)

차철회 목사, 뉴욕 청암교회
차철회 목사, 뉴욕 청암교회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중략)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보고 싶은 것이다.”

감히 이 귀한 시에 나의 주장을 빗대서 죄송하다.

나는 중학교부터 지금까지 감리교회밖에 모른다. 공부한답시고 뉴욕에 왔고, 학교 선생을 했던 아내는 네일가게 종업원으로 일하며 눈물을 쏟았고, 나는 어설픈 학업과 작은 교회 부담임목사로 시작했다. 주류 백인과 기타(?) 인종이 모인 뉴욕에서 미국의 현장과 한국적 사고방식에 갈등하는 동포들 속에서 나 역시 무수한 갈등을 겪으며 목회했다. U.M.C도 아니고, 특별한 재주도 없어 누군가처럼 좋은 예배당을 물려받거나 교회를 통합하는 복도 누리지 못했다. 연로한 권사님이 교통사고로 몸이 부서져서 받은 보상금, 교인들의 피와 눈물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대학 등록금으로 작은 성전을 건축했다. 건축비를 아끼려고 직접 큰 나무를 자르다가 전기톱에 발이 거의 절단될뻔한 사고도 겪었다. 건축을 반대한 이웃 백인의 고발로 재판을 받기도 했고, 수년간 건축이 중단되기도 했다. 모든 목사가 겪은 일에 나만 고생했다는 생색이 아니라, 미국의 이민교회 목회자들도 치열한 목회를 한다는 말이다. 동포들의 아픔과 삶의 자리에서 눈물과 피땀으로 목회를 한 적도 없으면서, 가끔 미국에 와서 친한 사람과 사진 몇 장 찍고 가서, 그 친구 말만 듣고 미주연회를 바로 세우겠다는 목회자들을 함부로 판단하고 발로 차지 마라.

어떤 집에 도둑이 들어 물건을 모두 훔쳐 갔다. 지난밤, 모든 것을 도둑맞았다는 소식에 이웃들이 몰려와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집주인이 튼튼한 잠금장치를 설치했더라면 ” “그 집은 방범창도 없어” “원래 집주인이 잠이 너무 많아. 잠들면 업어가도 몰라” 이웃들이 한마디씩 던지는 말을 듣고 있던 주인이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면 도둑은 잘못이 없단 말이요?”(문병하, 예화공작소) 미주연회 지도자들과 감독은 잘못이 없는 것인가?

미주연회는 감리교회에서 완전히 벗어나 무법천지의 미주연회였다. 무비자로 이민이 중단된 지 15년, 여기에 COVID-19 전염병, 2년 만에 한인교회가 거의 40%나 감소했다(KCMUSA). 미주연회는 시대정신과 자생력을 상실하고, 오로지 학연으로 줄 세우기와 정치적 야합으로 감독 자리에만 몰두한 목사들로 갈라파고스화되어가고 있다. 이에 92명의 교역자가 미주연회와 감독은 교회를 섬기고, 감리교회로 회복하게 해달라고 청원을 하였다. 그러나 미주연회 감독과 이를 옹호하는 세력들은 청원자들을 온갖 모욕과 박해로 일관하였다. 청원자들에 대한 재판도 없이 감독의 행정명령과 요식적인 연회실행부 의결로 연회원의 권리와 피선거권을 박탈하여 2년째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미주연회 특수성이라는 핑계로 미주자치법 맨 앞에 “미주연회 자치법이 장정보다 우선한다”라는 조항을 두었었다. 이후 미주자치법은 거침이 없었다. 감리교회 역사와 교리를 넣어 독립을 추진하고, 감독회장의 치리권도 삭제한다. 미주연회원의 신성한 권리인 총회의 2심 재판 권리도 자치법으로 빼앗았다. 미주연회 감독선거는 입후보 절차나 자격과 검증 그리고 공탁금도 없이 연회에서 간접선거로 선출했다. 감독에 당선되기만 하면 총회 및 사회재판의 모든 비용(변호사 비용까지)을 수만 달러를 연회예산으로 무한정 지출한다. 혹시 선거무효 판결이 나와도 재선거를 하지 않고 감독이 완전히 장악한 실행위원회에서 보선하면 된다.

연회 실행부회의 구성도 감독이 직접 지명하는 특별위원이 절반이 넘었었다. 이렇게 장악한 허수아비 실행부회의를 통하여 입법의회 의원, 심사위원, 재판의원, 특별재판위원, 선관위원도 감독이 공천하고 임명했다. 감독이 황제처럼 지배하는 미주연회다. 이런 권력으로 감독과 실행위원회는 입법의회도 열지 않고, 2019년 자치법을 폐기하고, 2017년, 2016년 폐기된 법을 부활시켜 자기들이 필요한 권력을 차지한다. 이렇게 독점한 권력으로 향후 3차례 감독까지 자기들이 정한다. 이게 미주연회다. 성경을 읽으려고 촛불을 훔쳐서는 안 된다는 말처럼 수단이 잘못되면 결국 목적도 잘못된다. 학연과 정치적 이익에 편승한 사람들은 개혁을 위한 청원자들을 혼란과 분열 세력으로 정죄하고 미주연회와 감독의 무지막지한 불법은 철저하게 외면하고 침묵한다.

지난해, 감독회장님과 장개위에서 미주자치법은 감리교회와 장정을 너무 넘어섰으니 청원자들과 합의하여 자치법을 감리교회에 맞게 개정하라는 지시를 묵살하고, 청원자들을 제외하고 자기들끼리 자치법을 개정하였다. 그러나 자신들의 권력과 직결되는 항목은 손대지 않았다. 미주연회는 이번 5월 연회에서 감독을 미리 선출한다. 미주연회는 엄청난 항공, 숙박, 식사와 최소 3박 4일의 시간을 소비하기에 생업이 있는 평신도의 대부분은 참석하지 못하고 목회자도 거의 절반만 참여하는 연회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선거권자의 1/4만 감독선거에 참여할 권리가 주어진다. 선거 절차는 차치하고 기본권인 참정권 박탈이다. 개정된 감리교 장정은 우편투표를 추가했다. 장정대로 감독 출마자에게 공탁금을 받아 미동부와 서부, 캐나다 대도시에 투표소를 설치하고, 나머지 원거리 지역의 소수 선거권자는 우편투표를 하면 된다. 자기들 유리하면 장정과 자치법을 교차로 멋대로 적용한다. 중립이어야 할 선거관리위원마저도 감독이 공천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처참한 상황에서 청원자들의 현장발의로 입법총회에서 1734조(미주자치연회 경계법) “미주자치법이 장정과 상충하여 감리회 장정에 속하기를 원하는 교회는 감독회의의 협의를 거쳐 국내 각 연회 및 지방회에 편입할 수 있다(개정)”가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이는 미주자치법이 위헌이라는 총회의 선언이다. 1734조는 자치법 제정 절차에 관한 법령(334조)과 전혀 다른 법이다. 1734조는 어떤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법이 아니다. 미주자치법이 장정과 상충한다고 판단하는 미주연회 교회가 본국 연회소속을 청원하고, 여기에 동의하는 연회가 있으면 감독회의는 적절한 연회에 배속시키라는 즉, 할 수 있도록 하라는 긍정적 의미의 법이다. 당연히 자치법은 현재 장정과 상충하고 있다. 물론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자치법이 장정과 일치한다는 증거를 가지고 행정소송을 하여 시정하면 되는 일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되면, 한국연회 소속한 교회들도 미주연회 소속할 수 있게 된다"라고 비아냥거린다. 왜 안 되겠는가(Why Not)? 단, 한국의 연회도 미주연회처럼 장정에서 벗어나고, 감독의 불법적 행정에 해결책이 없다면, 미주연회처럼 장정의 해당 연회 경계법을 개정하여 미주연회가 받아주도록 하면 된다. 장정 1734조는 절망에 처한 미주연회원의 외침으로 제정된 미주연회에만 해당하는 특별조항이다. 약 7년 전부터 미주연회 소속이었던 캐나다지방은 장정에 그 어떤 법 조항이 없었어도 현재까지 남부연회에 소속하고 있다. 그러나 청원한 66교회는 장정에 정당한 법을 마련했고, 그 법대로 한국의 연회에 소속하는 것이다.

또다시 누군가에게 묻는다! ‘미주연회 특수성’이란 가면 아래 행한 엄청난 불법과 고착화한 독점적, 불법적 정치구조에 대하여는 왜 침묵하는가? 가정 폭력에 시달려 절망에 빠진 아내가 이혼해 달라고 하니까 매는 맞아도 이혼은 부도덕한 일이니 안 된다는 것인가? 쉽게 “너에게는 애가 있으니 아내에게 무조건 가정을 지키며 참고 살라"라는 것인가? 어느 시대의 조언인가?

미주연회에 대한 희망을 놓고 진정한 감리교회와 목회자로 오직 목회에만 전념하겠다는 66교회 이다. 우리의 비명과 절규를 제대로 확인한 적도 없으면서 함부로 쉽게 발로 차지 마라. 우리는 오직 추악한 감독선거에서 떠나 오로지 감리교회를 지키고 감리교회로 남아 이민자들을 섬기는 목회에만 전념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러시아는 끔찍한 무력을 앞세워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잔혹한 파괴와 학살을 일삼고 있다. 그런데 대국을 자처하는 이웃 나라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는 전쟁에 반대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라는 논평을 했다고 한다. 처참하게 학살당하고 무너지는 우크라이나에 대하여 무슨 지당한 공자님 말씀인가? 말은 공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은 결국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짓밟혀도 된다는 속마음이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이 양비론이다.

미주연회 66교회는 당회에서 한국연회에 소속하기로 결의하였고, 제반 서류 및 통계표를 이미 감독회의에 제출하였다. 우리는 장정에 따라 감리교회에서 감리교회 목회자로 남겠다는 것이다. 그것뿐이다. 나름은 예수님의 뒤를 따라가려고 발버둥 치고, 끝까지 감리교회 목사로 살고 싶어 애쓰는 목사들이다. 오죽하면 이렇겠느냐고 한 번쯤은 생각해 달라는 부탁을 드린다. 우리의 처지와 비명을 제대로 듣지 않았으면, 다 아는 것처럼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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