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대 이철 감독회장 특별대담

기독교대한감리회 제29대 이철 감독회장이 취임했다. 지난 3일 서울 광화문 감리회관 16층 감독회장실에서 만난 이철 감독회장은 ‘소통’과 ‘경청’을 기반으로 향후 4년 간 감리회를 이끌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전임자가 지난 4년 간 임기 대부분을 소송으로 허비하다 은퇴한 상황이다 보니, 이철 감독회장은 “막중한 책임감에 부담이 크다”고 했다. 이미 10년 넘게 잃어버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감리회의 구성원 모두가 지쳐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이제라도 숨김없는 정확한 현실 분석을 바탕으로 공동체 내부의 충분한 대화와 합의의 노력에 나서야 할 때”임을 강조했다. 

 

지난 3일 감리회 본부 감독회장실에서 만난 이철 감독회장은 “감리교회가 최근 사회에 얼마나 많은 공헌을 했고, 그중 나 자신은 어떠한 노력과 기여를 했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과거 조국의 독립과 국가의 근대화를 위해 희생했던 신앙의 선배들과 달리 편향된 진영논리에 따른 대립을 교회 안에서 밀어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위기에 처한 이들을 위한 기도는 마음을 나누고, 돕고, 위로하며 함께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34회 총회에서 제29대 감독회장으로 취임하셨다. 선거 과정부터 지금까지의 소회를 듣고 싶다.

너무 힘든 과정을 거쳐 과정 자체가 너무 어려웠다. 다른 곳을 쳐다보고 염려할 기회도 없었던 것 같다. 이러한 벽을 뚫고 후보자로 선거에 출마하게 되어 말할 수 없이 기뻤다. 투표 당일, 당선 발표와 당선증을 받고 귀가하는 길에서부터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고, 엄청난 양의 전화를 받았다. 당선 기쁨은 채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무거운 짐으로 뒤바뀌었다. 사태가 매우 엄중하다 보니 한 없이 무겁게 느껴졌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당선됐지만,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이 크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청탁과 관련한 내용이었나.
청탁도 있었지만, 사태 해법과 관련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의견 역시 일관된 방향이 아닌 양 극단을 치닫는 의견들이 상충했다. 당선 후 2주가 지나고, 이틀 전부터는 잠들기 어려울 정도의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선거 운동 기간 7대 공약 중 ‘소통’과 ‘경청’ 부분을 많이 강조하셨다. 다양한 전략들이 많았을 텐데 특별히 소통과 경청을 강조한 이유가 궁금하다.

‘소통’과 ‘경청’이 다소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난제를 풀어나가려면 해법에 앞서 점검이 선행되어야 한다. 해법이 있다고 해도 가장 큰 문제는 합의과정이다. 그래서 합의가 안 되면 통합이 안 되고, 통합이 안 되면 아무리 좋은 해법이 있어도 분열을 낳을 수밖에 없다. 만약 공동체가 호황기라면 다소의 분열 상황이 오더라도 풀어갈 힘이 있겠지만, 현재의 감리회 상황에서 분열이 온다면 공동체 유지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감리회는 의회제도다. 의회제도는 대화와 합의를 전제로 한다. 그래야만 상호 갈등지수를 줄이고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는 대안을 만들어 함께 나아갈 수 있다. 그래서 소통을 강조했던 것이다.

경청하겠다는 말은 곧 상대방이 입을 열아 말하게 하는 의미도 있다. 지난 목회 여정에서 의도치 않게 문제가 발생한 교회에 부임해 수습한 일이 많았다. 갈등 해결을 위해 최우선 되어야 할 것은 현 상황에 대한 분석이다. 현상 파악이 안 된 공동체의 특성은 아직도 우리에게 무엇인가가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현상 파악이 된 공동체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논의를 시작한다. 현상대로 유지할 것인지, 돌파구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모든 구성원들이 상호 소통과 합의 과정을 거쳐 갈등을 수습한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이 감리회의 취약점이기도 하다. 합의 과정에 이르려면 소통과 경청은 필수요소다.

지금까지의 문제들을 비관적으로 바라본다면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소한 갈등지수를 낮추거나, 구성원 모두가 알아야 할 일은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공개하고 소통의 과정을 거쳐 합의에 도달해야만 한다. 지금까지 안되었으니 불가능할 것으로 간주하기보다, 늦게 출발했더라도 반드시 도달해야 하는 문제이기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양극화 시대에 갈등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불가능할 것 같은 격차는 상대의 인식과 소통에서 얼마든지 해법을 찾을 수 있다. 합의 과정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해도 최소한 상호 인식이 있다면 성공적이라고 본다.

 

본부 조직 개편과 감독회장 권한 분산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임기 중 감리회 개혁과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방향이 궁금하다.

감독회장의 모든 일정이 감리회 내부의 다양한 구성원 간 소통과 경청에 맞춰져 있자면 갈등을 해소할 수 있고, 결국 갈등을 해소하는 길이 결국엔 감리회를 회복하는 길임을 믿는다. 
감독회의에서도 가능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최대한 많이 듣겠다. 어느 누구도 감리회 공동체의 파멸을 원하지 않을 테니, 결국 소통과 경청은 감리회를 회복의 길로 이끌 것이고, 모두가 함께 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유도할 것이다.

 

감독회장 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당선되셨다. 선거 운동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이었나.

후보자 등록이 거부되었을 당시, 회복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다. 당시 많이 힘들었고, 주님의 위로와 치유가 필요한 나머지 가만히 있고 싶었다. 그런데 2주간 말씀을 전하기 위해 강단에 서야 했는데, 성도들 앞에 목사로서 아무렇지 않게 설교를 해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 

 

선거 전략 이외에, 하나님께 부여받은 사명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당선이 되어야겠다는 확신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목회 여정의 마지막 4년을 감리교회를 위해서 일하고 싶었다. 만약 감독회장에 당선되지 않는다고 해도, 낙선했으니 교회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하나님께서 기회를 주시면 목회 여정을 이 자리에서 마무리하겠다는 결심으로 출마했다.

 

 

감리회는 감독회장 선거 과정에서 10년 넘게 잃어버린 시간들을 겪어야만 했다. 그럼에도 감리회 내부 갈등이 소송과 고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한다. 감리교회 화해와 일치를 위한 방안을 듣고 싶다.

4년 임기가 긴 시간일 수 있지만, 감리회 갈등을 어느 정도 치유하고 앞으로 화합의 토대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4년 내에 갈등을 완전히 종식시키고 통합하겠다는 장담은 어렵겠지만, 감리회 정서를 화합으로 변화시킬 징검다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차기 감독회장부터 좋은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미 감리교인들은 많이 지쳐있다. 그래서 취임식에서도 가능한 어떻게든 끝까지 고집할 건 없다고 생각했다. 다들 지쳐있어서 누군가 문제를 일으키는 일에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10여 년 넘게 지치고 짜증나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들의 심정을 알기에 작은 부분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감염병 위기로 인한 부담금 감소가 전망되고, 최근 본부 운영에도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속적인 재정 위기가 예고된 상황에서, 향후 본부 운영을 어떻게 탄력적으로 운영하실 계획이신지 궁금하다.

반드시 올 것으로 모두가 예측했던 상황이다. 본부 구조조정 역시 현장 정서상 거부할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순간에 모든 것을 진행할 수 없으니 단계별로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예측불허의 상황도 아닌 이미 예고된 상황이기 때문에 이는 거부할 수 없는 변화다. 감리교회 현장 상황에 맞춘 시대적 환경 변화에 따를 것이다.

 

한국교회 연합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감리회 내부적으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탈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감독회장은 감리회뿐 아니라 한국교회 또한 영적 수장 역할도 함께 감당해야 하는데, 앞으로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를 위한 사업은 어떻게 추진해 나갈 계획인가.

이미 시대상황의 어려움은 감리회뿐 아니라 모든 한국교회가 동일하게 겪고 있는 상황이다. 총회장들을 만나보니 모두 잠을 이루기 어려울 정도로 고심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감리회나 장로회 모두 엄중하고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홀로 독자노선을 가는 것은 어려우니 함께 가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한국교회가 공동의 노력을 경주할 때 각기 다른 교회가 아닌 주님의 몸 된 교회로서의 한국교회가 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연합운동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고,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생각도 같다.

감리회 내부의 교회협 탈퇴 요구는 단시간에 갈등이 풀리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문제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있지만 하나의 감리교회이며, 같은 교회 공동체라는 점이다. 가족으로서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고, 오히려 서로 이해하며 합리적인 방향을 찾아갈 이유가 있다. 감리회는 오늘에 맞는 길을 걸어야 한다. 속도가 너무 빠른 사람은 속도를 줄이고 느린 사람은 속도를 좀 더 내어야 한다. 누구를 배제하고 가는 것이 아닌 함께 가야 하는 길이다.

 

동성애와 이슬람 확산, 이단 문제 등 한국교회를 둘러싼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감리회 차원에서의 대응 방안과 계획을 듣고 싶다.

미국이나 유럽교회가 오랜 시간 대화하고 토론하면서도 여전히 사고의 격차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 우리는 상호 이해의 시간조차 없었다.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시간도 없이 너무나 급하게 ‘예’ ‘아니요’를 묻기보다, 충분한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는 미국이나 유럽교회와는 문화 자체가 다르다. 각기 다른 문화와 정서에 융화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한데, 너무 빠른 찬성과 너무 빠른 반대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정서대로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찬성할 수 없는 입장이다. 나 자신의 정서로 찬성할 수 없고, 우리의 문화적 여건에서도 쉬운 문제는 아니다.

미국은 이미 반세기 동안 동성애 문제로 갈등해 오고 있는 상황인데, 단시간 내에 결론을 내야 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상황은 너무나 성급하다고 생각한다. 단일 민족국가에서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동성애 문제가 그리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좀 더 긴밀한 대화와 연구가 필요하고, 신학적 연구 역시 필요하다.

경청하고 소통하며 연구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극단의 언행을 삼가야 한다. 사람을 설득하고 문화를 바꾸는 일은 쉽고 빠르게 되는 일이 아니다. 일평생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에게 동의하지 않으니 꼰대라고 밀어붙여도 소용없는 일이다. 이제 136년 된 한국감리교회다. 공동체 문화 자체가 유럽·미국교회와도 다르다. 이로 인해 교회 공동체 안에서 갈등을 빚는 것 역시 말이 되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성급하게 다뤄서도 안될 문제다.

 

국내외 다중적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사회를 위로하고 동시에 한국교회의 위상을 회복시키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이를 위해 감리교회와 한국교회 내에서 선행되어야 할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교회가 사회의 다양한 주장에 대해 편향적 선택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회가 영적·도덕적으로 성숙해서 존경도 받고, 아낌없는 봉사와 헌신으로 사회에 공헌도 해야 한다. 감리교회가 최근 사회에 얼마나 많은 공헌을 했고, 그중 나 자신은 어떠한 노력과 기여를 했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과거 우리의 신앙 선배들이 목숨 바쳐 조국의 독립과 국가의 근대화를 위해 희생했지만, 한국교회가 대접을 받지 못하는 현실의 원인은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것이다. 편향된 진영논리로 각기 욕심과 이익을 따라 행동해 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진영논리와 그에 따른 진영 간 극단의 대립이 교회 내부까지 침투했다. 이 부분이 못내 안타깝다.

한국교회는 민족대표 33인 중 16명을 배출한 공동체다. 감리회는 그중 절반이 넘는 9명을 배출한 교회다. 수없이 많은 학교와 병원, 고아와 과부를 살리기 위해 대한민국 최초로 설립한 복지단체와 봉사단체들을 수없이 설립했다. 모두 정치와 진영논리로는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신앙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주님의 몸 된 교회공동체는 오해를 받든지, 핍박을 받든지 예수님 가신 길로 가는 것이다.

 

끝으로 감리회 목회자들과 성도들을 향한 당부를 부탁드린다.
상황이 어렵다고 절망적인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기독교 신앙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절망이 아닌 부활을 꿈꿔야 한다. 상황이 왔기 때문에 분노하기보다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 자리에서도 하나님께서 주신 일이 있다고 믿고 나가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생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목회자가 많다. 이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연합해야 할 일들을 함께 찾아야 한다. 바로 결실을 맺을 수는 없겠지만 함께 마음을 나누고 돕고 위로할 수 있는 상태로 나아가야 한다. 이럴 때 이기적이 되면 고통에 고통을 더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인터뷰=신동명 편집국장 직무대리
정리=김목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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