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담화] '존 웨슬리 저널' 한국어 최초 완역 출간
서길원, 곽주환, 박동찬, 김영선 목사가 말하는 '존 웨슬리' 목사

지난 8월 국내 신학 박사 23명이 약 5년에 걸쳐 ‘존 웨슬리 저널’(The Journal of the Rev. John Wesley, 1872)을 번역, 출간했다. 1735년 10월 14일부터 1790년 10월 24일까지 55년간의 복음사역을 기록한 존 웨슬리 목사의 저널 전집이다.

지난 15일 서울 정동 달개비에서 만난 한국 감리회 대표 차세대 목회 지도자로 꼽히고 있는 서길원, 곽주환, 박동찬 목사는 ‘존 웨슬리 저널’을 읽다 보면 “복음전도자, 설교자, 신학자, 목회자, 교육자로서의 존 웨슬리 목사가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서길원 목사(빛가온교회)

‘존 웨슬리 저널’ 한국어 번역이 출간되었다. 출간 소회를 밝혀달라.

김영선 웨슬리 설교에 한해 번역본(Secondary source) 정도만 존재했다. ‘존 웨슬리 저널’을 통해 진정한 웨슬리 목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출간 의미가 크다. 저널을 읽는 동안 잠시 존 웨슬리 목사를 만나 차 한 잔 마시며 대화하는 것 같은 감상에 빠지기도 했다.

박동찬 감리회 유산 전통을 알기 위해서는 ‘존 웨슬리 저널’을 전체적으로 살펴봐야 하는데, 현재 시중에는 ‘일기’라는 단행본만 있다. 저널을 통해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존 웨슬리 목사를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신학생과 목회자들 모두가 읽고 또 읽어야 한다. 정독 후에는 감리교회가 과연 무엇이고 어떠한 특징이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곽주환 대부분 한국 감리회 목회자들은 번역서를 통해 존 웨슬리 목사를 접한다. 번역자에 따라 웨슬리 목사가 각기 다르게 채색되는데, 이 책은 그의 숨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수백 년의 시차를 극복해 살아있는 존 웨슬리 목사를 만나는 것 같아 굉장히 좋았다.

서길원 ‘존 웨슬리 저널’을 통해 존 웨슬리 목사가 얼마나 철저한 자기 관리를 하며 살았는지 알 수 있다. 모든 교역자의 필독서로 읽혀야 한다. 특히 감염병 위기로 선교적 상황이 어려운 이때, 성령의 기름부음과 철저한 자기 관리로 평생 사역을 감당한 존 웨슬리 목사의 모습은 목회자에게 표준이 무엇인지를 제시해 준다. 목회자들에게 큰 도전이고 선물이다.

 

곽주환 목사(베다니교회)

감리회 신학과 목회 발전을 위해 ‘존 웨슬리 저널’이 어떻게 활용되어야 하겠는가.

서길원 감리회 신학이 과연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신학과 목회 현장이 연결되는 실천적인 신학이 웨슬리 신학이다. 저널을 통해 감리회가 훌륭한 신학과 전통을 이어 온 자랑스러운 교회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널의 발간 의미와 공헌은 매우 크다.

곽주환 오늘날 가장 큰 신학적 오류와 교회의 문제는 ‘균형’을 잃어버린 것이라는 점에서, 존 웨슬리 신학에는 철저한 균형이 있다. 균형을 잃어버린 신학과 목회 현장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저널이 그 균형을 잡아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또 저널은 감리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해 준다. 저널에는 개인적 성결과 행복에 대한 이야기도 중요하게 언급돼 있다. 개인적 성결만을 추구할 경우 인생의 재미가 없다, 그러나 인생이 따분하다는 이유로 행복을 추구할 경우 성결과는 무관한 삶을 살게 된다. 저널은 자칫 양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는 오늘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잃어버린 균형을 다시 잡아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박동찬 혹자는 감리회와 웨슬리 목사를 모라비안으로 분류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웨슬리 목사가 모라비안의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결국 이들과 결별한 뒤 새롭고 체계적인 신학을 만들어냈다. 특히 목회 방법론과 관련해서는 어떻게 이렇게까지 목회 현장으로 달려갔을까 싶을 정도로 목회 방법론이 상세히 소개되어있다. 감리회 목회자들이 지켜야 할 규칙도 잘 정리되어있는 신학적으로나 방법론적으로나 중요한 책이다.

 

박동찬 목사(일산광림교회)

‘존 웨슬리 저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일자)이 있는가?

곽주환 미국 조지아 선교를 마무리하고 야반도주하듯 영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존 웨슬리 목사는 무려 4달 동안 배에 머물렀다. 그는 승선 기간 겪었던 상실감과 우울감, 낙심과 좌절감 같은 감정선을 숨김없이 그대로 저널에 기록했다. 오늘날 목회자들이 이 같은 감정에 대해 포장부터 하려는 것과 다르게 말이다. 인디언 선교에서 실패하고, 낙심 가운데 귀국길에 느꼈던 그의 진솔한 고백을 보면서, 목회자가 더욱 정직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예를 들면 배 안에서 낙심 중에 어린아이를 붙잡고 성경 공부하는 가운데 웨슬리 목사 스스로가 낙심한 마음을 회복했다는 내용을 보면서, 코로나19 이후 우울증 생기는 목사들이 많은데 이제부터 어린아이 하나라도 붙잡고 기도하고 성경 공부를 해야 하겠구나, 내 자리를 큰 무대에서 찾으려고만 하지 말고, 현재의 자리에서 솔직하게, 가식과 껍질을 벗고 거품을 빼며 위장된 옷을 벗어던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길원 올더스케이트에서 성령 체험을 한 뒤 마귀의 속삭임과 그 모든 것을 깨부수었을 때의 두려움 등 내면의 극심한 갈등이 와 닿았다. 일기이다 보니 당시의 진솔한 그의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 존 웨슬리의 올더스케이트 성령체험 장면을 보며 내 속의 허물을 벗는 것 같았다. 지난여름 코로나19 감염병으로 목회 현장에서 곤혹을 치르면서 우울증이 올 것 같았다. 평소 성도들에게 기도해라, 찬양하라고 이야기 했던 내 자신이 정작 기도가 막히고, 찬송이 나오지 않았다. 경험하지 못한 고통이었다. 성도들에게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했다. 목사가 기도하고 찬송해야 하는데, 극심한 우울감에 기도가 막히고 찬송이 나오지 않는다는 고백을 듣고는 오히려 성도들이 공감해주었다. 저널에 나타난 웨슬리의 진솔한 고백이 바로 이런 것 아니었나 싶다.

박동찬 저널을 읽으며 웨슬리 목사가 얼마나 섬세하고 꼼꼼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다 기록돼있고, 그동안 한국교회가 시초라고 알려졌던 새벽기도와 심방, 성령운동 모두는 존 웨슬리 목사로부터 시작됐다. 또 인간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삶의 모든 경우를 매뉴얼로 기록한 것을 보면, 그가 ‘규칙쟁이(Methodist)’로 불린 이유도 알 수 있다.

김영선 사탄에게 사로 잡혀서 끈으로 세게 몸을 묶었음에도 불구하고 풀어버리는 귀신 들린 여인의 이야기다. 4~5쪽에 걸친 그 날의 기록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심방 후 집에서 기록한 일기였을 테지만, 마치 사진을 찍거나 영상을 촬영한 듯 세세하게 적혀있어 놀라웠다. 또 웨슬리가 재판장에 불려 갔던 날의 내용이 10쪽 정도 기록되어 있는데 판사의 어떤 질문에 어떻게 대답했는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자신의 목회 기록을 어떻게 이렇게나 자세히 쓸 수 있었을지 감탄했다.

 

웨슬리신학연구소 소장 김영선 박사(협성대 명예교수)

현재 처해 있는 한국교회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는가. 감리회를 너머 한국교회에도 ‘존 웨슬리 저널’이 어떻게 읽히고 적용되어야 하겠는가.

서길원 존 웨슬리 목사 당시의 영국 성공회의 상황은 지금의 한국교회와 비슷했던 것 같다. 철저한 인본주의 영향을 받은 탓에 교회가 가장 비윤리적인 존재로 대중에게 인식됐다. 저널에는 성경적 기반 위에서 날마다 도전하는 그를 찾아볼 수 있다. 끊임없이 복음으로 돌아가고, 하나님 앞에서 성령 충만을 간구했다. 만약 존 웨슬리 목사처럼 한국교회가 다시 성령을 사모하고, 또다시 하나님 앞에 서고자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죽을 것이다. 오늘의 ‘작은 웨슬리’들이 나올 때가 되었다는 생각도 한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교회에는 희망이 없다.

박동찬 개혁운동은 지식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결정적 산물이 ‘속회’다. 감리회 공동체 의미가 속회에 있다. 주일에 교회에 나와 말씀만 듣고 돌아가는 삶에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반면 속회는 서로의 신앙을 돌보고, 나누고, 또 걸러내어야 할 때 걸러내는 등 감리회 속회는 거룩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경주했다. 속회가 있었기 때문에 영국 감리회가 교회를 개혁하고 무혈혁명으로 영국 사회를 변혁했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 웨슬리 목사가 있었다. 한국 감리교회는 잃어버린 본질을 찾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감리회 공동체가 저널에 드러난 웨슬리의 모습을 목회와 삶의 현장에 잘 적용한다면 한국교회뿐만 아니라 시대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곽주환 현대의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큰 문제는 신앙생활과 실제 삶의 괴리에 있다. 그러나 18세기 타락한 영국 사회 속에서 일상생활을 점검할 수 있도록 가능케 한 것이 속회였다. 저널을 통해 신앙과 일상의 괴리를 좁힐 수 있는 만큼, 존 웨슬리 목사의 속회 정신이 교회와 생활 속에 잘 접목되길 바란다. 특히 AI 시대의 도래에 맞춰, 이세돌이 알파고와 대국을 펼쳤을 당시 알파고의 승리를 축하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패배한 이세돌 앞에는 그를 위해 꽃다발을 들고 선 딸이 있었다. 당시 그 모습을 보며 교회의 미래 가능성과 희망을 엿보았다. 교회는 가족과 신앙의 공동체성이 실현되고 실험되는 장소다. 저널에는 그 매뉴얼이 너무나도 잘 기록되어 있다. 저널을 통해 드러난 신앙과 삶의 균형의 노하우를 한국교회에 적용해볼 때다.

김영선 웨슬리 목사의 안목으로 견주어 살펴볼 때 한국교회에 변혁이 필요함은 분명하다. 속회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감리교회와 감리교회의 신학이 무엇이고, 오늘날 어디에서 어떻게 그것을 찾아야 할지, ‘존 웨슬리 저널’에 잘 기록돼 있다.

진행=신동명 사장 서리
정리=김목화 기자

‘존 웨슬리 저널’ 한국어판 출간과 함께 차세대 목회 지도자로 주목받고 있는 (왼쪽부터) 곽주환 목사(베다니교회), 서길원 목사(빛가온교회), 박동찬 목사(일산광림교회)와 웨슬리신학연구소 소장 김영선 박사(협성대 명예교수)가 지난 15일 서울 정동 달개비에서 본지 신동명 사장 서리와 담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김목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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