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쇼크] 8.15 집회가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남긴 것… 그리고 한국교회가 지금 해야 할 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음악학원을 운영 중인 A 권사는 8.15 광복절 집회 이후 학부모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은 후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학부모가 A 권사에게 전화해 다짜고짜 “학원 선생님들 모두 기독교인 아니냐”는 질문을 했는데 “8월 15일에 광화문에 간 적 없어요”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A 권사는 “기독교인이 아니냐는 질문에 나도 모르게 ‘기독교인 맞다’ ‘교회 다닌다’라며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면서 “8월 15일 전광훈 목사가 주최한 광화문 집회 후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일파만파 되면서 비신자 학부모로부터 ‘교회 다니느냐’는 질문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녀를 학원에 더 이상 보내지 않는 경우도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수님을 부인했던 베드로의 모습이 나에게 이렇게 비춰질 줄 정말 몰랐다. 기독교인이라고 떳떳하게 밝히지 못한 자신이 너무 당황스럽고, 생각만 하면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낀다”면서 “하나님, 예수님께서 얼마나 슬퍼하실지 생각하면 그저 눈물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괴로워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B 장로는 “텔레비전에서 교회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다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손님들이 식사를 하다 말고 교회 욕을 내뱉는다”며 “가게에 걸어 둔 교회 달력과 십자가를 볼 때마다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든다. 기독교인인 것이 죄인인 것 같은 착각이 들 때면 어디에 가서 이 심정을 호소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나님께 고하기에는 너무 가슴 아픈 현실 아닌가”라고 했다.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발생하면서 기독교인 자영업자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비신자를 상대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 시작한 기독교인 자영업자들도 자신 있게 교회로 인도했던 ‘전도’가 더 이상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음악학원 원장 A 권사는 “자녀를 맡기는 비신자 학부모 입장에서 ‘교회’는 더욱 위험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며 “전도하기 위해 시작한 학원인데 부여 받은 비전과 소명을 어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A 권사는 지난 5년간 학원을 운영하며 100여 명의 학생을 전도했고, 학부모들도 전도해 왔는데도 말이다.

 

지난 25일 서울 성북구 장위동의 한 식당 문에 “교회 다니는 사람 당분간 안 받는다”는 안내가 적혀 있다. 교회발 코로나19 확산이 하루가 다르게 큰 증가세를 보이면서 전국 곳곳의 음식점들은 ‘기독교인 손님’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랑제일교회 인근 상가 줄휴업
생계 위해 문 열어도 “교회는 사절”

코로나19 확진자수가 다소 높은 지역에서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가혹했다. 지난 25일 찾은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랑제일교회 앞과 인근 식당 곳곳에서는 “교회 다니는 사람 당분간 안 받는다”라고 적힌 알림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개업한 지 한 달도 안 된 한 식당은 “코로나로 인해 영업을 당분간 종료하겠다. 사랑제일교회 뉴스가 방송에서 안 나올 때 오픈하겠다”고 했다. 또 다른 식당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랑제일교회’를 다녀온 분들은 당분간 식당 방문을 자제 부탁드린다”면서 “코로나 확진자가 너무 많이 발생해 주민의 안전을 위해 잠시 휴업한다”며 가게 문을 닫았다.

사랑제일교회만 특정하지 않은 식당도 있었다. 어느 식당은 아예 “교회 다니는 사람 받지 않는다”고 했다. 해당 식당을 운영하는 C 씨는 “(사랑제일교회) 동네 일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불안해 쉬고 싶지만 문을 닫으면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로 음식을 팔지 못하게 되어 피해가 막대하다”며 “장사는 해야겠는데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못 받겠어서 아예 문에 써 붙였다”고 했다.

교회 손님들을 사절한다고 문 앞에 써 붙이던 장위동 식당들은 결국 휴업에 나서게 됐다.

 

 

불황 속에 닥친 전광훈 쇼크
“안 그래도 먹고 살기 힘든데 교회 때문에 못 살겠다”

강원도 원주의 한 분식집을 운영 중인 D씨는 “교회 때문에 못 살겠다”고 했다. 지난 2월 이단 신천지발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되면서 큰 타격을 입은 도시 중 하나인 원주는 8.15 광화문 집회발 코로나19 확산으로 또다시 타격을 입었다.

D 씨는 “신천지가 교회가 아니라 해도, 전광훈은 목사 아니냐”면서 “코로나19 퍼뜨려서 상인들 먹고 살기 힘들게 한다면 (교회나 신천지나) 뭐가 다른 것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지난 3월 신천지 때문에 원주에 확진자수가 증가하면서 새학기 아이들 손님도 줄고 평소 자주 오던 손님들도 잘 오지 않아 먹고 살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교회가 손님을 끊어놓고 있다”며 “안 그래도 먹고 살기 힘든데 교회 때문에 못 살겠다. 도대체 교회는 왜 코로나를 몰고 다니는 것이냐”고 했다.

인천 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E씨도 줄어든 매출과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편의점 문에도 “교회 다니는 사람은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 바란다”고 붙어 있었다. 그는 “하루에 수백 명의 손님이 다녀가는데, 최근 뉴스에서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19 확진자가 인천에도 늘어나고 있다고 해서 불안해 안내문을 붙여 놨다”며 “사실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데, 대놓고 교회 다닌다고 말하지 못하고 있다. 3월부터 매출 감소로 월세에 알바비도 감당하지 못할 지경”이라고 했다.

인천시의 경우 사랑제일교회 외 다른 교회의 집단감염 여파도 이어졌다. 인천 서구 주님의교회에서는 지난 22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29명이 추가돼 총 30명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인천 부평구 갈릴리교회에서는 관련 접촉자 조사 중 5명이 추가되어 누적 확진자가 46으로 늘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8월 26일 낮 12시 기준으로 사랑제일교회와 관련해 18명이 추가로 확진돼 누적 확진자가 933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랑제일교회와 관련해서는 종교시설, 요양시설, 의료기관 등 곳곳으로 ‘n차 전파’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추가 전파로 인해 확진자가 나온 장소는 23곳이며, 이곳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총 130명에 이른다.

방역당국은 접촉자를 차단하기 위해 현재 186곳에 대해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등지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와 관련해서도 확진자가 26명 더 늘어 총 219명이 확진됐다.

당시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집회에 참석하면서 수도권(서울 71명, 경기 66명, 인천 7명) 외에도 경북 13명, 광주 39명, 충북 10명, 대구 8명 등 비수도권 지역의 감염 사례도 잇따랐다.

 

장위동주민센터에 설치되어 있는 현수막.
지난달 24일 개업한 식당은 한 달을 못 채우고 영업 중단에 나섰다. 지난 8월 15일 전광훈 목사의 광화문 집회 이후 장위동 일대에 코로나19 확진자 급속하게 늘어나면서부터다. 식당 주인은 "사랑제일교회 뉴스가 방송에서 안 나올 때 오픈하겠다"고 써붙였다.

 

교회의 역할 재조명 
오로지 ‘회개’해야 할 때

김진호 감독은 교회발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교회가 더욱 새벽기도로 모여 기도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6일 김진호 감독은 한국교회지도자협의회·한국교회평신도지도자협회 성명을 통해 “한국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과 경각심을 가지고 코로나 방역에 앞장서고 코로나 종식을 위해 더더욱 분발해야 한다”면서 “목숨과도 같은 예배를 지키기 위한 한국교회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코로나는 교회의 책임이 크다.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치 못한 결과다. 교회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교회가 다시 민족의 소망으로 우뚝 서야 한다. 우리의 죄악을 철저하게 회개하고 주께로 돌아서야 한다. 시간이 없다”며 “지금 여기서 우리는 결단해야 한다. 하나님이 대한민국을 지키시고 축복하실 것”이라고 했다.

또한 △교회는 코로나 시대를 맞아 섬김과 나눔으로 이웃 돌봄에 앞장서겠다 △교회는 코로나 퇴치를 위해 더 간절히 기도하고 온 몸을 다해 헌신하겠다고 성토했다.

 

새벽기도, 더 뜨겁게 불태워야 할 때

코로나19 확진자가 8월 15일을 기점으로 ‘교회발’의 명분으로 심각하게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19일 0시부터 교회의 비대면 예배 조치를 취했고, 서울시는 21일 0시부터 10인 이상의 모든 집회를 전면 금지했다.

감염병 사태와 모일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은 단 한 가지도 없는 걸까. 전 세계 교회가 한국교회를 두고 최고라 칭찬했던 것은 새벽기도였다. 실제로 지난 100여 년 동안 한국교회를 부흥하게 했던 원동력은 성도들의 새벽기도였다.

성경 속의 수많은 기적들도 새벽에 일어났다. 특히 예수님께서는 새벽마다 한적한 곳을 찾아 기도하셨다(막 1:35). 종교개혁자 루터도 대표적인 새벽의 사람이었다. 루터는 새벽기도야말로 모든 일을 지탱해 나가게 하는 힘이라고 했다.

존 웨슬리 목사도 새벽 4시에 일어나 두 시간씩 기도했다. 그리고 겨울마다 춥다는 이유로 새벽기도회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첫 사랑을 잃어버린 자들’이라고 책망했다.

수많은 한국교회의 원로들도 새벽의 불씨를 지폈다. 1960~70년대 한국교회는 개척 후 텅 빈 예배당을 홀로 지키며 새벽기도로 교회를 세워갔고, 성령의 기름부으심을 경험했다. 하나님께서는 새벽에 들으시고, 도우시기 때문이다. 

정부가 모든 예배를 금지하고, 10명 이상 모이지 못하게 한다면, 지금 당장 새벽기도를 감당하기 어렵다면, 교회 공동체가 함께 교회를 지키며 새벽을 깨워보는 것은 어떨까. 두세 사람 모인 곳에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말씀처럼, 10명 이하의 조를 세워 매일매일 예배당의 새벽 불씨를 이어가는 것이다. 교회 곳곳의 공간마다 10명 이하의 새벽기도회를 열 수도 있다.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오, 힘이시니 환난 중에 만날 큰 도움이시라. 그러므로 우리는 두려워하지 아니하리로다. 하나님이 그 성 중에 계시매, 성이 흔들리지 아니할 것이라. 새벽에 하나님이 도우시리로다(시편 46편 중). 

성령이 불타는 교회는 매일매일 새벽기도의 불씨로부터 시작된다.

저작권자 © 기독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